울산 미호리의 한적한 농촌마을에 위치한 단독주택으로 대지 앞으로는 하천이 흐르고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있는 곳이다. 기존의 지형이 전면 도로보다 레벨이 낮아 비가 오면 산에서 내려온 빗물이 고이곤 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반적인 토목작업이 필요했다.

익숙한 시골의 박공지붕 풍경을 따르기보다는 현대적인 면을 나타내고자 평지붕으로 계획하여 매스의 수평성을 강조하였고 거실, 주방으로 구성되는 공용부의 공간감 확장을 위해 천장고를 높여 지붕을 돌출시켰다. 공용부로 자연채광과 경관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안방이 있는 사적영역과 공용부 사이에 중정을 두어 건축물은 부분적으로 ㄷ자 형태를 취한다. 그리고 거실을 바라보는 대면형 주방의 상부에 천창을 두어 인공조명 없이도 은은한 채광이 가득하도록 하였다.

장방형의 매스를 따라 뻗어나가는 지붕과 열주는 건축물을 아우르는 회랑을 형성한다. 실내외 이동이 잦은 농가주택에서 회랑은 강한 햇볕과 눈비를 피할 수 있는 외부동선이 되며 실내에서의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실내 진입동선은 농업과 축산업을 운영하는 건축주의 생활방식을 고려하여 계획되었다. 집으로 통하는 출입구는 두 군데로 형성되는데 메인 출입구는 전면도로를 통하며, 업무를 마치고 집에 귀가할 때에는 측면도로를 통해 진입한다. 측면 부출입구는 곧바로 샤워실과 드레스룸, 그리고 안방으로 이어져 공용부를 거치지 않고 프라이빗하게 오염물이 묻은 옷과 몸을 단장하고 나올 수 있다.

대지의 특성과 건축주의 생활방식에 맞는 집을 짓는 것이 단독주택의 묘미가 아닐까. 배산임수의 한적한 마을에서 한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아름다운 집이 되기를 바래본다.